만복론 번역 | 004

2018. 6. 8. 21:34

004 <낙타 플레이버 ~암스테르담의 하늘 아래~>


   스테르담에서 한 손은 커피를 들고 이 원고를 쓰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멋있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낙타 냄새가 심하게 나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낙타의 냄새 위에 모래와 배기가스의 냄새, 그 위에 향신료의 냄새, 또 그 위에 선크림과 벌레 퇴치 스프레이의 냄새가 얹어져 '결국 이건 무슨 냄새입니까'같은 냄새가 전신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런데다 요 며칠 쨍쨍 내리쬐는 태양과 바싹 말라서 불어오는 바람에 노출된 덕에 머리카락도 피부도 부스스한, 매우 건조해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대체 어째서 젊은 아가씨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이런 모습으로 세련된 암스테르담 공항 로비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것일까요? 

   사실은 조금 전까지 이집트의 카이로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귀국하기 위한 비행기를 타기 위해 환승처가 있는 암스테르담에 있게 된 셈입니다. 이 칼럼의 1화에 「세상을 먹어 치워라」는 제목을 붙이고, 평생에 걸쳐 온 세계의 문화와 사람에 닿고 싶다고 쓴 저. 물론 충분히 체험했습니다. 첫 이집트를. 

   어디까지나 일이 목적인 여행이지만 피라미드의 내부까지 들어가보거나 박물관에서 투탕카멘의 미이라가 입고 있었던 샅바를 보거나, 스핑크스의 시선 끝에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눈으로 확인하고, 완전히 관광 기분. 텔레비전이나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세계유산과 그 역사. 실제로 눈으로 보고 만져보니 왠지 유구한 시간을 넘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해서 몹시 신비로운 체험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과 자동차와 소리로 가득 차 24시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카이로라는 도시. 거리에 계속 울려퍼지는 경적소리와 이슬람교도의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고지, 북적거리는 도시의 일각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피라미드. 이 콘트라스트는 일종의 위화감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유적과 현대가 공존하는 형태를 보여주기도 해서 정말 신비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문화란 하나하나가 자극적이라서, 기분이 고양되어 신난 끝에 낙타에도 타게 된 것이 체류 첫 날의 일입니다. 그 이후 계속 낙타 냄새가 나는거예요. 저. 낙타의 냄새가 얼마나 나냐면, 지금 당신이 상상한 것의 10배 정도로 진한 농도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래도 암스테르담 공항에 내려 선 순간 공기의 색상이 다른 느낌이 들어 놀랐습니다.

   이집트의, 그 임팩트가 강하고 이국적인 세계를 본 후에는 무엇이건 정연하게 보여 묘한 느낌. 덕분에 제 냄새도 부각됐습니다만. 자, 이집트를 떠나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하고싶었던 일. 그것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 그래서 지금 제 오른손에 커피가 들려 있다는 게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답니다! 이집트 요리는 맛있게 먹었지만 커피는 맛이 없었어요……. 낙타는 어찌됐건 커피가 맛이 없는 곳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겠구나, 나.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고 만복. 고향인 일본은 어떤 냄새였을까나. 곧 돌아갑니다. 


08年 7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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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론 번역 | 003

2018. 6. 7. 11:30

003 <팬 케이크는 오토메의 맛>


     릴 때는 좋아하지 않았던 팬 케이크. 하지만 지금은 매우 좋아한다. 그 이유는 팬케이크를 맛있게 하는 가게를 알게 된 것도 물론 크지만 실은 그 이상으로, 좋은 냄새가 나는 기억과 합쳐져 팬케이크를 먹으면 기분이 폭신폭신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지긋지긋한 인연」같은 동성 친구가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늘날까지 서로의 인생에 일어난 사건들을 거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데도, 우리들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옷 취향도, 좋아하는 남자 타입도, 좋아하는 음악도. 그녀는 나에게 무계획이라고 말하며,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너무 신중하다고 말하며 서로의 성격을 놀린다. 그렇지만 동시에 서로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제는 몇 년도 더 된 이야기. 그녀가 오랜 기간동안 사귀었던 연인과 헤어지게 됐다. 오늘은 혼자 있기 싫다고 하기에, 우리 집에서 재워 주겠다고 말했다. 

   말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실 침대가 없었다. 마침 이사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사 갈 새 집에는 아직 물건을 옮기지 않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삿짐을 싼 골판지 박스만이 가득했다. 그럴바에야 아무 것도 없는 새 집이 낫다고 생각해서 새 집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여름용 이불[각주:1]을 한 장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가출같아서 조금 안절부절했다. 

   그날 그녀는 정말 많이 울었다. 내가 입에 어떤 말을 담아도 그녀의 마음에 닿기 전에 지면에 똑똑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였다. 밤도 깊어지고 역시나 지쳐서 마루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니 등이 아파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큰 포장재 뽁뽁이었다. 고육지책으로 펴보니 마침 이불 한 장 정도의 크기. 한 번 더 누워보고 '아까보다는 나으려나' 말하며 여름용 이불을 덮었다. 

   어째선지 이유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뽁뽁이 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 우리들 정말 우스꽝스러워! 게다가 몸을 뒤척이면 뽁뽁거리고! 이상한데다 왠지 모르게 우스워져서 웃다가 지쳐 잠들었다. 깨어나서 「배고프다」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그녀였다. 그 말을 듣고 '아아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다.

   배고파서 다행이다. 시간은 분명히 흐르고 있다. 분명 이제부터 서서히 상처는 회복되겠지. 미래의 일은 누구에게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점점 '과거'가 된다. 이렇게 부은 눈이나 딱딱한 바닥에서 잔 탓에 아픈 등도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그립다고 여길 날이 올 것이다. 그녀가 「전에 하와이에서 먹었던 팬 케이크 맛있었지. 그게 먹고싶어」라고 말하기에 100엔 상점에서 프라이팬을 사서 팬 케이크를 구웠다. 

   하와이의 그것에는 못 미치지만 굉장히, 참 맛있었다. 활짝 열어둔 창가에서 나는 초여름 냄새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줬다. 그녀는 내년 결혼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멋진 일. 만복만복(満腹満腹). 


08. 6月


Bonus | 친구를 힘나게 해주는 팬 케이크 레시피 [각주:2]

- 직경 12cm 8매 분량


<재료> 

박력분 150g

베이킹 파우더 2 작은술

설탕 4 큰술

소금 한꼬집

달걀 1개

우유 150ml

버터 10g

식용유 적당량


<토핑>

버터, 벌꿀 적당량


<만드는 법>[각주:3]

1. 박력분과 베이킹 파우더를 소쿠리에 함께 넣고 탈탈 턴다.

2. 그릇에 달걀, 설탕, 소금을 넣어 거품기로 단단히 섞어주고 우유를 넣어 다시 섞어준다.

3. 털어둔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거품기로 단단히 섞어주고 녹인 버터를 넣어 다시 섞어준다.

4. 프라이팬을 달구고 식용유를 얇게 두른 후 약불로 적당량을 굽는다.

5. 기포가 보글보글하고 올라오면 뒤집어 양면이 옅은 여우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6. 그릇에 구운 팬 케이크를 올려두고 버터를 올린 후 벌꿀을 뿌려주면 완성.





  1. タオルケット, 타월 천으로 만든 (여름용) 이불. [본문으로]
  2. 책에 레시피와 함께 마아야의 귀여운 손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다. 궁금하면 사라 만복론을...! [본문으로]
  3. 숫자는 책에 안써져있다.. 편하게 보려고 써놓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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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론 번역 | 002

2018. 6. 2. 20:31

002 <일루전> 


    음 가본 음식점인데 부탁하지도 않은 디저트를 받거나, 주인장이 메뉴판에 적혀져 있지 않은 숨은 메뉴를 몰래 알려주시거나, 음식점에서 몹시 특별대우를 받을 때가 많은 저. 그 원인은 단 한 가지, 훌륭한 「먹는 모습」에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맛있게 먹는 여자라고 자부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스스로는 보통의 반응을 취하고 있는 셈인데, 타인이 볼 때는 먹는 양과 리액션이 조금 눈에 띄는 모양입니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 「이제 죽어도 좋아」처럼 먹은 후의 감상을 입 밖으로 내면 역으로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말도 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말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서툴러서 아첨을 전혀 못하는 성격이니까요. 그 대신 감동하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말로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아뇨, 무리예요! 오히려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으면서 태연한 얼굴을 하는 다른 손님분들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의문까지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저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먹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카운터 석[각주:1] 같은 건 최고예요. 마음을 터놓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면을. 눈 앞에서 잇따라 펼쳐지는 장인(職人)의 기술은 극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지 않아도 맛있어보이는 식재료를 이렇게, 저렇게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예술적으로 변신시켜가는 모습은 마치 일루전. 

   좋은 냄새가 부드럽게 감도는 것, 그것은 마치 링 사이드[각주:2]에서 격투기를 볼 때 좋아하는 선수가 건 기술에 의해 상대 선수의 마우스피스가 자신이 있는 쪽에 휙 날라왔을 때와 같은 정도의 흥분을 안겨줍니다. 그에 더해 가능하다면 요리사분 혹은 셰프, 마스터, 아저씨, 어머니[각주:3], 어느쪽이든 좋지만요, 그 사람의 철학을 느끼고 싶습니다. 이렇게나 사람을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어떠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걸까. 알고 싶다! 그래요. 성가신 손님이에요. 저. 

   그렇지만, 이건 실로 깊은 문제입니다. 식재료는 계절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르고, 그 날의 기온이나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손님이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나날이 세계의 형태가 변화할 때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이 요식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위에서 전통을 중시하거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하죠. 「어떤 것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제가 하고 있는 일과도 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도 매우 흥미로워서, 훌륭한 장인 분과 만나면 정말로 기뻐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멋대로 감동하고, 카운터 너머에서 「지니어스!」 등 야단법석하고 있으면 만들고 있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결과적으로 서비스를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데다 럭키입니다. 만복(満腹).


08. 5月


(1)




  1. (1) 사진 참조 [본문으로]
  2. リングサイド, (권투나 레슬링의) 링에서 가장 가까운 앞자리. [본문으로]
  3. 원문은 카타카나 "オモニ"로 쓰여져 있음. 「주로」를 뜻하는 主に보다는 문맥 상 이 뜻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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