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론 번역 | 005

2018. 6. 12. 23:04

005 <아빠의 아침밥>


   을 시작하기 전 미리 해명부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매우 성실하고 상냥합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꽃다발을 빼먹지 않고 챙기며 오징어 젓갈을 천재적으로 잘 만들고, 그에 더해 나이보다 젊어보여서 이성에게 인기있는 멋진 레옹족 아저씨[각주:1] 입니다. 그러나,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내심 두려워했던 아버지의 의식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만드는 아침밥. 평상시에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지만, 가끔 어떤 용무로 집을 비우실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럴 때 아버지가 전날 밤부터 굉장히 의욕 넘치게 「내일 몇시에 깨울까?」라고 묻습니다. 「혼자서 일어날 수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해도 「늦잠자면 안되잖아!」라며 확고하게 답하죠. 할 수 없이 「그럼 7시」라고 말하면 다음날 아침 꼭 6시 50분에 깨우며 「곧 7시야~」.

   그니까아! 7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7시 전에 깨워지는 건 살짝 짜증난다구요~!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오지만 일단 「응」이라고 답만 하고 본의 아니게 깼다가 다시 잠자기. 얼굴을 씻고 거실에 가면 아침밥이 여관 밥상처럼 잔뜩 식탁에 줄줄이 차려져 있습니다. 밥, 된장국, 계란말이, 생선구이, 김, 낫토, 샐러드, 냉두부, 절임에 디저트로 요구르트와 자몽까지.

   그러니까아……. 아침부터 이렇게 많이 못먹는다고 늘 말하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꿀꺽 삼키고 자리에 앉으면 100% 언제나! 반드시! 물어봅니다. 「우유는?」. 그러니까! 저 우유 마시지 않는다고 10년 전부터 계속 말해 왔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입술을 깨물며 참습니다. 언제나처럼 아버지가 만든 계란말이같은 것은 연한 크레이프 상태(심지어 무맛)이고, 밥은 곧 죽!이 될 것 같은 부드러움. 

   그래도 모처럼 아버지가 차려준 밥상이니 묵묵히 먹고 있으면 이 의식에서의 아버지의 최후의 대사가 다가옵니다. 제 얼굴을 들여다 보며 조금 귀엽게 고개를 기울이며 「어때?」라고. 사춘기 때는 이런 일에 일일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여자애는 왠지 아버지를 향한 반항이 심해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아버지란 여성(딸)에게 여러 의미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남성이라는 것을요. 지금은 저도 미래의 남편분이 꼭 아버지처럼 언제나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낌없이 애정을 표현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먹고 사는 가난한 학생이었던 20대의 아빠에게, 「한번에 보고 핑하고 왔다」고 말하며 첫눈에 반했다던(?) 당시 18살이었던 엄마. 상당히 보는 눈이 있었구나-라고 감탄합니다. 

   덧붙여서, 아버지가 의욕을 가지고 하는 일은 요리 뿐만이 아닙니다. 밤이 되어 귀가하면 제 방 앞에 세탁이 끝난 옷이 깨끗하게 개어져 놓여있기도 합니다. 착실하고 꼼꼼한 아버지는, 속옷도 빼놓지 않고 개어 주셨습니다…. 미묘합니다. 미묘하지만 감사해요. 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에 딸은 만복(満腹)입니다.


08年 8月




  1. 2008년 일본에서 유행한 말 중 하나. 조금 불량스럽지만 경제력 있고 멋진 아저씨를 뜻하는 말이라고 함. [참고: https://ja.wikipedia.org/wiki/ちょいわるおや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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