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론 번역 | 003

2018. 6. 7. 11:30

003 <팬 케이크는 오토메의 맛>


     릴 때는 좋아하지 않았던 팬 케이크. 하지만 지금은 매우 좋아한다. 그 이유는 팬케이크를 맛있게 하는 가게를 알게 된 것도 물론 크지만 실은 그 이상으로, 좋은 냄새가 나는 기억과 합쳐져 팬케이크를 먹으면 기분이 폭신폭신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지긋지긋한 인연」같은 동성 친구가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늘날까지 서로의 인생에 일어난 사건들을 거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데도, 우리들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옷 취향도, 좋아하는 남자 타입도, 좋아하는 음악도. 그녀는 나에게 무계획이라고 말하며,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너무 신중하다고 말하며 서로의 성격을 놀린다. 그렇지만 동시에 서로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제는 몇 년도 더 된 이야기. 그녀가 오랜 기간동안 사귀었던 연인과 헤어지게 됐다. 오늘은 혼자 있기 싫다고 하기에, 우리 집에서 재워 주겠다고 말했다. 

   말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실 침대가 없었다. 마침 이사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사 갈 새 집에는 아직 물건을 옮기지 않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삿짐을 싼 골판지 박스만이 가득했다. 그럴바에야 아무 것도 없는 새 집이 낫다고 생각해서 새 집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여름용 이불[각주:1]을 한 장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가출같아서 조금 안절부절했다. 

   그날 그녀는 정말 많이 울었다. 내가 입에 어떤 말을 담아도 그녀의 마음에 닿기 전에 지면에 똑똑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였다. 밤도 깊어지고 역시나 지쳐서 마루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니 등이 아파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큰 포장재 뽁뽁이었다. 고육지책으로 펴보니 마침 이불 한 장 정도의 크기. 한 번 더 누워보고 '아까보다는 나으려나' 말하며 여름용 이불을 덮었다. 

   어째선지 이유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뽁뽁이 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 우리들 정말 우스꽝스러워! 게다가 몸을 뒤척이면 뽁뽁거리고! 이상한데다 왠지 모르게 우스워져서 웃다가 지쳐 잠들었다. 깨어나서 「배고프다」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그녀였다. 그 말을 듣고 '아아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다.

   배고파서 다행이다. 시간은 분명히 흐르고 있다. 분명 이제부터 서서히 상처는 회복되겠지. 미래의 일은 누구에게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점점 '과거'가 된다. 이렇게 부은 눈이나 딱딱한 바닥에서 잔 탓에 아픈 등도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그립다고 여길 날이 올 것이다. 그녀가 「전에 하와이에서 먹었던 팬 케이크 맛있었지. 그게 먹고싶어」라고 말하기에 100엔 상점에서 프라이팬을 사서 팬 케이크를 구웠다. 

   하와이의 그것에는 못 미치지만 굉장히, 참 맛있었다. 활짝 열어둔 창가에서 나는 초여름 냄새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줬다. 그녀는 내년 결혼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멋진 일. 만복만복(満腹満腹). 


08. 6月


Bonus | 친구를 힘나게 해주는 팬 케이크 레시피 [각주:2]

- 직경 12cm 8매 분량


<재료> 

박력분 150g

베이킹 파우더 2 작은술

설탕 4 큰술

소금 한꼬집

달걀 1개

우유 150ml

버터 10g

식용유 적당량


<토핑>

버터, 벌꿀 적당량


<만드는 법>[각주:3]

1. 박력분과 베이킹 파우더를 소쿠리에 함께 넣고 탈탈 턴다.

2. 그릇에 달걀, 설탕, 소금을 넣어 거품기로 단단히 섞어주고 우유를 넣어 다시 섞어준다.

3. 털어둔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거품기로 단단히 섞어주고 녹인 버터를 넣어 다시 섞어준다.

4. 프라이팬을 달구고 식용유를 얇게 두른 후 약불로 적당량을 굽는다.

5. 기포가 보글보글하고 올라오면 뒤집어 양면이 옅은 여우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6. 그릇에 구운 팬 케이크를 올려두고 버터를 올린 후 벌꿀을 뿌려주면 완성.





  1. タオルケット, 타월 천으로 만든 (여름용) 이불. [본문으로]
  2. 책에 레시피와 함께 마아야의 귀여운 손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다. 궁금하면 사라 만복론을...! [본문으로]
  3. 숫자는 책에 안써져있다.. 편하게 보려고 써놓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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