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론 번역 | 002
002 <일루전>
처음 가본 음식점인데 부탁하지도 않은 디저트를 받거나, 주인장이 메뉴판에 적혀져 있지 않은 숨은 메뉴를 몰래 알려주시거나, 음식점에서 몹시 특별대우를 받을 때가 많은 저. 그 원인은 단 한 가지, 훌륭한 「먹는 모습」에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맛있게 먹는 여자라고 자부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스스로는 보통의 반응을 취하고 있는 셈인데, 타인이 볼 때는 먹는 양과 리액션이 조금 눈에 띄는 모양입니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 「이제 죽어도 좋아」처럼 먹은 후의 감상을 입 밖으로 내면 역으로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말도 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말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서툴러서 아첨을 전혀 못하는 성격이니까요. 그 대신 감동하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말로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아뇨, 무리예요! 오히려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으면서 태연한 얼굴을 하는 다른 손님분들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의문까지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저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먹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카운터 석 같은 건 최고예요. 마음을 터놓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면을. 눈 앞에서 잇따라 펼쳐지는 장인(職人)의 기술은 극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지 않아도 맛있어보이는 식재료를 이렇게, 저렇게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예술적으로 변신시켜가는 모습은 마치 일루전. 1
좋은 냄새가 부드럽게 감도는 것, 그것은 마치 링 사이드에서 격투기를 볼 때 좋아하는 선수가 건 기술에 의해 상대 선수의 마우스피스가 자신이 있는 쪽에 휙 날라왔을 때와 같은 정도의 흥분을 안겨줍니다. 그에 더해 가능하다면 요리사분 혹은 셰프, 마스터, 아저씨, 어머니 2, 어느쪽이든 좋지만요, 그 사람의 철학을 느끼고 싶습니다. 이렇게나 사람을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어떠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걸까. 알고 싶다! 그래요. 성가신 손님이에요. 저. 3
그렇지만, 이건 실로 깊은 문제입니다. 식재료는 계절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르고, 그 날의 기온이나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손님이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나날이 세계의 형태가 변화할 때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이 요식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위에서 전통을 중시하거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하죠. 「어떤 것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제가 하고 있는 일과도 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도 매우 흥미로워서, 훌륭한 장인 분과 만나면 정말로 기뻐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멋대로 감동하고, 카운터 너머에서 「지니어스!」 등 야단법석하고 있으면 만들고 있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결과적으로 서비스를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데다 럭키입니다. 만복(満腹).
08. 5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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