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론 번역 | 002

2018. 6. 2. 20:31

002 <일루전> 


    음 가본 음식점인데 부탁하지도 않은 디저트를 받거나, 주인장이 메뉴판에 적혀져 있지 않은 숨은 메뉴를 몰래 알려주시거나, 음식점에서 몹시 특별대우를 받을 때가 많은 저. 그 원인은 단 한 가지, 훌륭한 「먹는 모습」에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맛있게 먹는 여자라고 자부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스스로는 보통의 반응을 취하고 있는 셈인데, 타인이 볼 때는 먹는 양과 리액션이 조금 눈에 띄는 모양입니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 「이제 죽어도 좋아」처럼 먹은 후의 감상을 입 밖으로 내면 역으로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말도 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말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서툴러서 아첨을 전혀 못하는 성격이니까요. 그 대신 감동하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말로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아뇨, 무리예요! 오히려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으면서 태연한 얼굴을 하는 다른 손님분들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의문까지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저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먹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카운터 석[각주:1] 같은 건 최고예요. 마음을 터놓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면을. 눈 앞에서 잇따라 펼쳐지는 장인(職人)의 기술은 극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지 않아도 맛있어보이는 식재료를 이렇게, 저렇게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예술적으로 변신시켜가는 모습은 마치 일루전. 

   좋은 냄새가 부드럽게 감도는 것, 그것은 마치 링 사이드[각주:2]에서 격투기를 볼 때 좋아하는 선수가 건 기술에 의해 상대 선수의 마우스피스가 자신이 있는 쪽에 휙 날라왔을 때와 같은 정도의 흥분을 안겨줍니다. 그에 더해 가능하다면 요리사분 혹은 셰프, 마스터, 아저씨, 어머니[각주:3], 어느쪽이든 좋지만요, 그 사람의 철학을 느끼고 싶습니다. 이렇게나 사람을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어떠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걸까. 알고 싶다! 그래요. 성가신 손님이에요. 저. 

   그렇지만, 이건 실로 깊은 문제입니다. 식재료는 계절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르고, 그 날의 기온이나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손님이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나날이 세계의 형태가 변화할 때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이 요식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위에서 전통을 중시하거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하죠. 「어떤 것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제가 하고 있는 일과도 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도 매우 흥미로워서, 훌륭한 장인 분과 만나면 정말로 기뻐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멋대로 감동하고, 카운터 너머에서 「지니어스!」 등 야단법석하고 있으면 만들고 있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결과적으로 서비스를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데다 럭키입니다. 만복(満腹).


08. 5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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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사진 참조 [본문으로]
  2. リングサイド, (권투나 레슬링의) 링에서 가장 가까운 앞자리. [본문으로]
  3. 원문은 카타카나 "オモニ"로 쓰여져 있음. 「주로」를 뜻하는 主に보다는 문맥 상 이 뜻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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