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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론 번역 | 006

2018. 6. 15. 17:21

006 <간 부추 볶음[각주:1] 사건>

 

   주 가는 접골원[각주:2]의 선생님에게 놀라운 지적을 받았다. 「사카모토씨, 2일 정도 전에 엄청나게 화난 일 있었어요?」 정곡을 찔렸다. 확실히 이틀 전, 나는 최근 몇년간은 본 적 없을 정도의 격렬한 화를 폭발시켰었다. 그 격렬함이란, 나우시카류로 말하면 분노에 휩싸여 자기 자신을 잃어 벌레 피리[각주:3]도 효과가 없을 정도. 선생님이 말하길 「"배가 일어난다"[각주:4]는 말처럼, 심하게 화가 나거나 하면 뱃속에 딱딱한 응어리같은 것이 생겨요」라고 한다. 

   사건이 있던 날. 아침부터 내 기분은 좋지 않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며칠이나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데다 그때 하필이면 나의 업무 친구인 컴퓨터가 갑작스런 고장. 중요한 자료도 사진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악몽같은 일이 닥쳐 왔는데, 그걸 수리하러 갈 시간조차 없었다. 바쁜 것 대환영 뿌리부터 워커 홀릭인 나도 역시 조금 지쳐 있었다. 그런 때야말로 몸에 좋은 걸 제대로 먹지 않으면. 육체도 마음도 단번에 기운 나게 할 수 있는 스테미너가 듬뿍 들어있을 것 같은 것. 예를 들면…… 그래, 리버(간)[각주:5]같은!

   나는 왠지 맹렬하게 이상할 정도로 리버가 먹고싶었다. 몸이 요구하고 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열흘도 더 전부터 「간 부추 볶음 먹고싶어~」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었다. 그러니까 그날 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저녁밥을 배달해서 먹게 되어 선택한 중화 요리 식당의 메뉴판에 간신히 「간 부추 볶음」이란 글자를 발견했을 당시 나의 기쁨이란!

   심지어 메뉴판에는 특별히 「가게 명물 메뉴~!」라고 빨간 글씨로 써져있는 게 아닌가. 운명임에 틀림없다! 신님 고마워요! 이 리버만 먹으면 나의 기력은 반드시 다시 살아날 거예요! 라고, 덩실거리며 큰 목소리로 「간 부추 볶음~!」을 주문했다. 1시간 후, 도착한 도시락에 시원스레 매직펜으로 적혀있던 글자는 「고기 부추 볶음」이었다. 

   어이. 잠깐. 이상하잖어, 가게 명물 메뉴는 어디 간거야. 당신, 간 부추 볶음의 「간」이 뭔지 알고는 있는거야? 가, 아, 안~~~!!! 지금 당장 간 부추 볶음으로 바꿔서 다시 가져와!!! 크앙~~!!!! 너무 화가 났었기에 그 뒤의 기억은 아물거린다. 「그렇게 화낼 것 까지는…….」 라고 스텝이 말하며 깬다고 느낄 것을 스스로도 느꼈지만 사그라들지 않는 이 분노. 거칠어지는 말투. 간신히 간 부추 볶음이 도착한 건 그 후 2시간도 지나서였다.

   울었다. 고작 간 부추볶음 때문에 울었다. 사카모토 마아야 28세. 그런데 이런 자신이 점점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고파서 야수처럼 큰 소리를 내어 우는 자신은 얼마나 와일드한 건지. 어떤 의미로는 본능에 충실한 것이니 동물로서는 맞는 모습일지도?! 그렇지만, 역시 웃으며 행복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편이 틀림없이 건전하다.

   배가 고파도, 배가 일어나도, 좋은 작품은 만들 수 없소. 불평하면서도 염원하던 간 부추 볶음을 먹고, 무사히 레코딩을 진행하고 잘 마쳤었더란다. 반성 그리고 만복.

 

08年 9月

● 베츠바라[각주:6]

정말 정상이 아니었어요. 당시 매우 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한편,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못해서 마음이 삐쭉삐쭉. 

자그마한 일로 바루루 떨어버리고. 아, 지금 원래는 바르르 라고 쓰려고 한 걸 잘못 썼는데 재밌으니까 그대로 둘게요.

 

 

 

더보기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뜻인 "虫の居いどころが悪い"라는 관용구를 알게 됐다. 처음엔 몰라서 마침 벌레 피리 나오는 김에 계속 벌레 네타인가 해서 직역할 뻔 했는데 그러기 전에 사전에 쳐보니 예문이 딱 나왔다. 직역하면 벌레의 거처가 나쁘다인데 뭔가 알 거는 같음ㅋㅋㅋㅋ
 이번편은 각주가 많다. 제목인 레바니라부터 완전 초면인 단어와 용어들이 많이 나왔다..그래도 검색하면 뭐든 나온다는 사실이 참 편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함 구글쨩 최고
 원래는 원문의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레바니라로 썼다가 저 레바도 우리나라식으로 발음하면 '리버'고, 간 부추 볶음이라고 치니까 음식이 나오길래 그렇게 씀. 그리고 그 뒤에 고기 부추 볶음 때문에 레바니라를 그대로 쓸 수가 없었다...
 여러모로 용어 통일하기가 까다로웠다... 리버를 간이라고 정직하게 해석해버리면 좀 이상하게 보여서ㅋㅋㅋㅋㅋ구미호냐고.... 그래서 약간은 우회적인 느낌으로 리버라고 씀. 아예 메뉴 풀네임을 쓰는 방법도 있었지만 원문의 뉘앙스를 해치고 싶지 않아서 (원문도 レバー라고만 써져 있었음) 나름의 타협을 한 셈이다.
 그래도 원문의 レ、バ、ア 이건 가, 아, 안 으로 바꿨는데 초큼 아쉽.. 리, 이, 버였어도 마찬가지였으려나; 그리고 깬다는 뜻의 ドン引き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정말 내 국어능력의 한계ㅋㅋㅋㅋㅋ아니 느낌적으론 확 와닿음 설명하면 뉘앙스는 다르지만ㅋㅋ 깬다, 실망한다는 거잖아 뭐 저런걸 가지고 저렇게까지...? 저걸 풀어쓰면 '스텝이 깬다고 느끼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쓸 수 있다
 근데 내가 가장 지양하고 가장 싫어하는 같은 단어 쓰기가 나와버림 문장으로 봐도 별로 안예쁘고; 크앙은 원래 갸오. 갸오 그대로 썼다가 전에 본 애니였나... 아무튼 등장인물이 갸오-! 하면서 호랑이인가 곰인가 아무튼 육식동물ㅋㅋ 흉내를 내는 게 기억이 나서 그 울음소리를 생각해서 써봤다. 개인적으로는 맘에 듬.
 진짜 오래 걸렸다.....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어렵기도 했어..... 메뉴 통일부터 의성어까지 이래저래 머리 싸맸음.... 베츠바라의 바르르 부분의 원문은 ピロピロ/ピリピリ 였답니당....원문을 알면 말마따나 재밌을 거 같아서 여기다 적어둠.

 

  1. 원문은 レバニラ. 돼지 또는 닭의 간과 부추를 넣어 볶은 중화요리. [본문으로]
  2. 검색 결과 "어긋나거나 부러진 뼈를 맞춰주는 곳"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물리치료실 및 마사지샵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의료기관이 아니기에 개념 자체도 생소하고 운영하는 사람도, 이용하는 사람도 극소수지만 일본에서는 접골원의 수가 많고, 자격증을 가진 전문 지압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정골원이라고 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3.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피리. 곤충에게 최면을 걸 수 있다. [본문으로]</바람계곡의>
  4. 腹が立つ, 화가 난다는 뜻으로, 문맥 상 직역했다. [본문으로]
  5. liver [본문으로]
  6. 설명은 만복론 번역 | 001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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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론 번역 | 005

2018. 6. 12. 23:04

005 <아빠의 아침밥>


   을 시작하기 전 미리 해명부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매우 성실하고 상냥합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꽃다발을 빼먹지 않고 챙기며 오징어 젓갈을 천재적으로 잘 만들고, 그에 더해 나이보다 젊어보여서 이성에게 인기있는 멋진 레옹족 아저씨[각주:1] 입니다. 그러나,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내심 두려워했던 아버지의 의식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만드는 아침밥. 평상시에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지만, 가끔 어떤 용무로 집을 비우실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럴 때 아버지가 전날 밤부터 굉장히 의욕 넘치게 「내일 몇시에 깨울까?」라고 묻습니다. 「혼자서 일어날 수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해도 「늦잠자면 안되잖아!」라며 확고하게 답하죠. 할 수 없이 「그럼 7시」라고 말하면 다음날 아침 꼭 6시 50분에 깨우며 「곧 7시야~」.

   그니까아! 7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7시 전에 깨워지는 건 살짝 짜증난다구요~!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오지만 일단 「응」이라고 답만 하고 본의 아니게 깼다가 다시 잠자기. 얼굴을 씻고 거실에 가면 아침밥이 여관 밥상처럼 잔뜩 식탁에 줄줄이 차려져 있습니다. 밥, 된장국, 계란말이, 생선구이, 김, 낫토, 샐러드, 냉두부, 절임에 디저트로 요구르트와 자몽까지.

   그러니까아……. 아침부터 이렇게 많이 못먹는다고 늘 말하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꿀꺽 삼키고 자리에 앉으면 100% 언제나! 반드시! 물어봅니다. 「우유는?」. 그러니까! 저 우유 마시지 않는다고 10년 전부터 계속 말해 왔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입술을 깨물며 참습니다. 언제나처럼 아버지가 만든 계란말이같은 것은 연한 크레이프 상태(심지어 무맛)이고, 밥은 곧 죽!이 될 것 같은 부드러움. 

   그래도 모처럼 아버지가 차려준 밥상이니 묵묵히 먹고 있으면 이 의식에서의 아버지의 최후의 대사가 다가옵니다. 제 얼굴을 들여다 보며 조금 귀엽게 고개를 기울이며 「어때?」라고. 사춘기 때는 이런 일에 일일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여자애는 왠지 아버지를 향한 반항이 심해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아버지란 여성(딸)에게 여러 의미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남성이라는 것을요. 지금은 저도 미래의 남편분이 꼭 아버지처럼 언제나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낌없이 애정을 표현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먹고 사는 가난한 학생이었던 20대의 아빠에게, 「한번에 보고 핑하고 왔다」고 말하며 첫눈에 반했다던(?) 당시 18살이었던 엄마. 상당히 보는 눈이 있었구나-라고 감탄합니다. 

   덧붙여서, 아버지가 의욕을 가지고 하는 일은 요리 뿐만이 아닙니다. 밤이 되어 귀가하면 제 방 앞에 세탁이 끝난 옷이 깨끗하게 개어져 놓여있기도 합니다. 착실하고 꼼꼼한 아버지는, 속옷도 빼놓지 않고 개어 주셨습니다…. 미묘합니다. 미묘하지만 감사해요. 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에 딸은 만복(満腹)입니다.


08年 8月




  1. 2008년 일본에서 유행한 말 중 하나. 조금 불량스럽지만 경제력 있고 멋진 아저씨를 뜻하는 말이라고 함. [참고: https://ja.wikipedia.org/wiki/ちょいわるおや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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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론 번역 | 004

2018. 6. 8. 21:34

004 <낙타 플레이버 ~암스테르담의 하늘 아래~>


   스테르담에서 한 손은 커피를 들고 이 원고를 쓰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멋있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낙타 냄새가 심하게 나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낙타의 냄새 위에 모래와 배기가스의 냄새, 그 위에 향신료의 냄새, 또 그 위에 선크림과 벌레 퇴치 스프레이의 냄새가 얹어져 '결국 이건 무슨 냄새입니까'같은 냄새가 전신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런데다 요 며칠 쨍쨍 내리쬐는 태양과 바싹 말라서 불어오는 바람에 노출된 덕에 머리카락도 피부도 부스스한, 매우 건조해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대체 어째서 젊은 아가씨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이런 모습으로 세련된 암스테르담 공항 로비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것일까요? 

   사실은 조금 전까지 이집트의 카이로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귀국하기 위한 비행기를 타기 위해 환승처가 있는 암스테르담에 있게 된 셈입니다. 이 칼럼의 1화에 「세상을 먹어 치워라」는 제목을 붙이고, 평생에 걸쳐 온 세계의 문화와 사람에 닿고 싶다고 쓴 저. 물론 충분히 체험했습니다. 첫 이집트를. 

   어디까지나 일이 목적인 여행이지만 피라미드의 내부까지 들어가보거나 박물관에서 투탕카멘의 미이라가 입고 있었던 샅바를 보거나, 스핑크스의 시선 끝에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눈으로 확인하고, 완전히 관광 기분. 텔레비전이나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세계유산과 그 역사. 실제로 눈으로 보고 만져보니 왠지 유구한 시간을 넘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해서 몹시 신비로운 체험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과 자동차와 소리로 가득 차 24시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카이로라는 도시. 거리에 계속 울려퍼지는 경적소리와 이슬람교도의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고지, 북적거리는 도시의 일각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피라미드. 이 콘트라스트는 일종의 위화감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유적과 현대가 공존하는 형태를 보여주기도 해서 정말 신비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문화란 하나하나가 자극적이라서, 기분이 고양되어 신난 끝에 낙타에도 타게 된 것이 체류 첫 날의 일입니다. 그 이후 계속 낙타 냄새가 나는거예요. 저. 낙타의 냄새가 얼마나 나냐면, 지금 당신이 상상한 것의 10배 정도로 진한 농도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래도 암스테르담 공항에 내려 선 순간 공기의 색상이 다른 느낌이 들어 놀랐습니다.

   이집트의, 그 임팩트가 강하고 이국적인 세계를 본 후에는 무엇이건 정연하게 보여 묘한 느낌. 덕분에 제 냄새도 부각됐습니다만. 자, 이집트를 떠나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하고싶었던 일. 그것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 그래서 지금 제 오른손에 커피가 들려 있다는 게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답니다! 이집트 요리는 맛있게 먹었지만 커피는 맛이 없었어요……. 낙타는 어찌됐건 커피가 맛이 없는 곳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겠구나, 나.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고 만복. 고향인 일본은 어떤 냄새였을까나. 곧 돌아갑니다. 


08年 7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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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론 번역 | 003

2018. 6. 7. 11:30

003 <팬 케이크는 오토메의 맛>


     릴 때는 좋아하지 않았던 팬 케이크. 하지만 지금은 매우 좋아한다. 그 이유는 팬케이크를 맛있게 하는 가게를 알게 된 것도 물론 크지만 실은 그 이상으로, 좋은 냄새가 나는 기억과 합쳐져 팬케이크를 먹으면 기분이 폭신폭신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지긋지긋한 인연」같은 동성 친구가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늘날까지 서로의 인생에 일어난 사건들을 거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데도, 우리들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옷 취향도, 좋아하는 남자 타입도, 좋아하는 음악도. 그녀는 나에게 무계획이라고 말하며,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너무 신중하다고 말하며 서로의 성격을 놀린다. 그렇지만 동시에 서로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제는 몇 년도 더 된 이야기. 그녀가 오랜 기간동안 사귀었던 연인과 헤어지게 됐다. 오늘은 혼자 있기 싫다고 하기에, 우리 집에서 재워 주겠다고 말했다. 

   말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실 침대가 없었다. 마침 이사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사 갈 새 집에는 아직 물건을 옮기지 않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삿짐을 싼 골판지 박스만이 가득했다. 그럴바에야 아무 것도 없는 새 집이 낫다고 생각해서 새 집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여름용 이불[각주:1]을 한 장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가출같아서 조금 안절부절했다. 

   그날 그녀는 정말 많이 울었다. 내가 입에 어떤 말을 담아도 그녀의 마음에 닿기 전에 지면에 똑똑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였다. 밤도 깊어지고 역시나 지쳐서 마루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니 등이 아파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큰 포장재 뽁뽁이었다. 고육지책으로 펴보니 마침 이불 한 장 정도의 크기. 한 번 더 누워보고 '아까보다는 나으려나' 말하며 여름용 이불을 덮었다. 

   어째선지 이유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뽁뽁이 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 우리들 정말 우스꽝스러워! 게다가 몸을 뒤척이면 뽁뽁거리고! 이상한데다 왠지 모르게 우스워져서 웃다가 지쳐 잠들었다. 깨어나서 「배고프다」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그녀였다. 그 말을 듣고 '아아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다.

   배고파서 다행이다. 시간은 분명히 흐르고 있다. 분명 이제부터 서서히 상처는 회복되겠지. 미래의 일은 누구에게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점점 '과거'가 된다. 이렇게 부은 눈이나 딱딱한 바닥에서 잔 탓에 아픈 등도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그립다고 여길 날이 올 것이다. 그녀가 「전에 하와이에서 먹었던 팬 케이크 맛있었지. 그게 먹고싶어」라고 말하기에 100엔 상점에서 프라이팬을 사서 팬 케이크를 구웠다. 

   하와이의 그것에는 못 미치지만 굉장히, 참 맛있었다. 활짝 열어둔 창가에서 나는 초여름 냄새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줬다. 그녀는 내년 결혼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멋진 일. 만복만복(満腹満腹). 


08. 6月


Bonus | 친구를 힘나게 해주는 팬 케이크 레시피 [각주:2]

- 직경 12cm 8매 분량


<재료> 

박력분 150g

베이킹 파우더 2 작은술

설탕 4 큰술

소금 한꼬집

달걀 1개

우유 150ml

버터 10g

식용유 적당량


<토핑>

버터, 벌꿀 적당량


<만드는 법>[각주:3]

1. 박력분과 베이킹 파우더를 소쿠리에 함께 넣고 탈탈 턴다.

2. 그릇에 달걀, 설탕, 소금을 넣어 거품기로 단단히 섞어주고 우유를 넣어 다시 섞어준다.

3. 털어둔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거품기로 단단히 섞어주고 녹인 버터를 넣어 다시 섞어준다.

4. 프라이팬을 달구고 식용유를 얇게 두른 후 약불로 적당량을 굽는다.

5. 기포가 보글보글하고 올라오면 뒤집어 양면이 옅은 여우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6. 그릇에 구운 팬 케이크를 올려두고 버터를 올린 후 벌꿀을 뿌려주면 완성.





  1. タオルケット, 타월 천으로 만든 (여름용) 이불. [본문으로]
  2. 책에 레시피와 함께 마아야의 귀여운 손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다. 궁금하면 사라 만복론을...! [본문으로]
  3. 숫자는 책에 안써져있다.. 편하게 보려고 써놓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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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2. 20:31

002 <일루전> 


    음 가본 음식점인데 부탁하지도 않은 디저트를 받거나, 주인장이 메뉴판에 적혀져 있지 않은 숨은 메뉴를 몰래 알려주시거나, 음식점에서 몹시 특별대우를 받을 때가 많은 저. 그 원인은 단 한 가지, 훌륭한 「먹는 모습」에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맛있게 먹는 여자라고 자부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스스로는 보통의 반응을 취하고 있는 셈인데, 타인이 볼 때는 먹는 양과 리액션이 조금 눈에 띄는 모양입니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 「이제 죽어도 좋아」처럼 먹은 후의 감상을 입 밖으로 내면 역으로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말도 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말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서툴러서 아첨을 전혀 못하는 성격이니까요. 그 대신 감동하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말로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아뇨, 무리예요! 오히려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으면서 태연한 얼굴을 하는 다른 손님분들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의문까지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저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먹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카운터 석[각주:1] 같은 건 최고예요. 마음을 터놓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면을. 눈 앞에서 잇따라 펼쳐지는 장인(職人)의 기술은 극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지 않아도 맛있어보이는 식재료를 이렇게, 저렇게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예술적으로 변신시켜가는 모습은 마치 일루전. 

   좋은 냄새가 부드럽게 감도는 것, 그것은 마치 링 사이드[각주:2]에서 격투기를 볼 때 좋아하는 선수가 건 기술에 의해 상대 선수의 마우스피스가 자신이 있는 쪽에 휙 날라왔을 때와 같은 정도의 흥분을 안겨줍니다. 그에 더해 가능하다면 요리사분 혹은 셰프, 마스터, 아저씨, 어머니[각주:3], 어느쪽이든 좋지만요, 그 사람의 철학을 느끼고 싶습니다. 이렇게나 사람을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어떠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걸까. 알고 싶다! 그래요. 성가신 손님이에요. 저. 

   그렇지만, 이건 실로 깊은 문제입니다. 식재료는 계절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르고, 그 날의 기온이나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손님이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나날이 세계의 형태가 변화할 때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이 요식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위에서 전통을 중시하거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하죠. 「어떤 것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제가 하고 있는 일과도 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도 매우 흥미로워서, 훌륭한 장인 분과 만나면 정말로 기뻐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멋대로 감동하고, 카운터 너머에서 「지니어스!」 등 야단법석하고 있으면 만들고 있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결과적으로 서비스를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데다 럭키입니다. 만복(満腹).


08. 5月


(1)




  1. (1) 사진 참조 [본문으로]
  2. リングサイド, (권투나 레슬링의) 링에서 가장 가까운 앞자리. [본문으로]
  3. 원문은 카타카나 "オモニ"로 쓰여져 있음. 「주로」를 뜻하는 主に보다는 문맥 상 이 뜻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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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는 무리...

2018. 5. 7. 13:02

간만의 라디오 게스트

2018. 5. 7. 01:08


타이틀 보면 화성 관련된 방송같은데

다음주에도 다른 방송처에서 함 근데 그건 시도해봤으나 fail.. 'ㅅ';



짧고 용량 적어서 다행 내일 들어야지




月の話 비엠에서 처음 듣고 완전 최애돼서 좋았는데 주제 상태가…. 역시 네쿠라 마아야답다고 해야할지

비현실적이기에 쓸 수 있는 어둡고 로맨틱한 노래라 맘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취향 아니라서 잘 안듣는 보쿠코이 역시 제목이 좀 낚시였다 난 제목만 보고 염장곡인 줄 알았어 카타오모이 노래였구나….

행내오 싱글 커플링곡인 君が好きな人도 비슷한 주제인데 이쪽이 더 좀 초월한 태도고 어떤 의미에선 비참하다는 느낌도 듬


그리고 스피카는 타이틀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ㄴㄹㅋ지요…?

알기 쉬운 게 대상보고 <상냥하다>는 얘기가 꼭 들어가더라 아닌 것도 있긴 하지만


마아야가 부른 우주/별 주제인 노래중 최고는 유니버스라고 생각함

인구가 10억 더 늘어버려서 뭔가 현실반영 측면에서 어긋난 거 같지만 그래도 좋아함 

<60억의 고독이 올려다 보고 있어> 이 가사 들을 때마다 마음이 울렁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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